인터넷 아는 척의 고급 기술: 실전 매뉴얼

1단계: 기초 문법 익히기
"사실 그건 좀 다른데"로 시작하는 것은 이제 구식이다. 2025년 최신 트렌드는 "재밌는 건"으로 시작하기. 상대방 의견을 완전히 무시하면서도 공격적으로 보이지 않는 마법의 오프닝이다.
예시:
- 초보: "틀렸어. 아이폰이 최초의 스마트폰이 아니야"
- 고수: "재밌는 건, IBM Simon이 1994년에 이미..."
2단계: 위키피디아 세탁법
구글링한 정보를 마치 평소에 알고 있던 것처럼 포장하는 기술. 핵심은 디테일을 살짝 틀리게 말하는 것이다. 너무 정확하면 방금 검색했다는 티가 난다.
"확실하진 않은데 1994년인가 95년인가 그쯤에 IBM에서..."
이렇게 말하면 오히려 더 신빙성 있어 보인다. 실제론 방금 위키피디아에서 1994년이라고 확인했지만.
3단계: 영어 드롭 신공
한국어로 충분히 설명 가능한 것도 영어로 말하면 급이 달라 보인다.
- "그건 Survivorship bias야" (생존자 편향)
- "전형적인 Dunning-Kruger effect네" (자신의 무지를 모르는 현상)
- "Correlation doesn't imply causation이지" (상관관계는 인과관계가 아니다)
영어 약자는 더 강력하다. FOMO, YOLO는 이제 평범하니 VUCA(Volatility, Uncertainty, Complexity, Ambiguity) 같은 걸 써보자.
4단계: 역사 끌어오기
현재 이슈에 갑자기 역사를 끌어오면 교양 있어 보인다.
"BTS 현상? 1960년대 비틀매니아랑 뭐가 다른데. 소크라테스도 젊은이들 타락한다고 했잖아."
시공간을 초월하는 아는 척의 정수다.
5단계: 숫자로 압도하기
정확하지 않아도 된다. 대충이라도 숫자를 넣으면 신뢰도가 급상승한다.
- "그거 대충 73% 정도는 마케팅 효과야"
- "통계적으로 보면 10명 중 7명은..."
- "연구에 따르면 평균 4.7배..."
출처? 물으면 "어디서 봤는데 정확히는 기억 안 나네"로 퉁친다.
6단계: 메타 비판
남들이 A vs B로 싸울 때, "A냐 B냐로 싸우는 것 자체가 문제"라고 한 수 위에서 논평한다.
"아이폰이냐 갤럭시냐로 싸우는 거 자체가 기업 마케팅에 놀아나는 거야. 진짜 중요한 건 디지털 디톡스지."
7단계: 질문으로 마무리
자신의 주장을 질문으로 위장하면 반박하기 어렵다.
"그런데 정말 그게 맞을까? 우리가 당연하게 받아들이는 것들을 한 번쯤 의심해봐야 하지 않을까?"
상대방을 곤란하게 만들면서도 철학적으로 보이는 일석이조.
최종 오의: 자기 비판 포함시키기
"나도 가끔 아는 척하긴 하지만"이라고 먼저 인정하면, 역설적으로 더 신뢰받는다.
"물론 나도 전문가는 아니고 틀릴 수 있지만, 내가 아는 한에서는..."
겸손을 가장한 최강의 아는 척이다.
실전 예시
누군가: "요즘 유튜브 알고리즘 진짜 이상해"
당신: "재밌는 건, 유튜브 알고리즘이 2012년 이후로 watch time 기반으로 완전히 바뀌었다는 거야. 초기엔 클릭률만 봤는데 지금은 session duration이랑 user satisfaction signal을 복합적으로 본다더라. 물론 정확한 건 구글 엔지니어들만 알겠지만. 근데 사실 알고리즘 탓만 하는 것도 일종의 victim mentality 아닐까? 결국 콘텐츠 퀄리티가 핵심이지. 너는 어떻게 생각해?"
단 5줄 안에 역사, 영어, 숫자(2012년), 메타 비판, 겸손 코스프레, 역질문까지 모든 기술을 구사했다.
이제 당신도 인터넷 아는 척 마스터다.
근데 이 글을 진지하게 따라 하는 사람이 있다면, 그것도 일종의 Poe's law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