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layton Christensen의 Jobs to Be Done(JTBD) 이론

Clayton Christensen의 Jobs to Be Done(JTBD) 이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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혁신의 구루 Clayton Christensen이 남긴 가장 강력한 프레임워크 중 하나가 바로 Jobs to Be Done(JTBD) 이론이다. 단순히 고객이 "무엇을" 원하는지가 아니라 "왜" 그 제품을 선택하는지, 더 정확히는 어떤 "일(Job)"을 해결하기 위해 그 제품을 "고용(Hire)"하는지를 파악하는 것이 핵심이다.

JTBD의 핵심 통찰

전통적인 마케팅은 인구통계학적 데이터나 제품 속성에 집중한다. 하지만 JTBD는 완전히 다른 접근을 취한다. 고객이 제품을 구매하는 것은 특정한 상황에서 특정한 "진전(Progress)"을 이루기 위해서라는 것이다.

이 이론의 가장 유명한 사례가 바로 맥도날드의 아침 밀크셰이크 연구다. 맥도날드는 밀크셰이크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고객들에게 "더 진한 맛을 원하십니까? 더 저렴한 가격을 원하십니까?"라고 물었다. 하지만 판매량은 늘지 않았다.

크리스텐슨 팀이 실제로 발견한 것은 충격적이었다. 아침 시간대 밀크셰이크 구매자들의 실제 "job"은:

  • 출근길 40분 동안 지루함을 달래는 것
  • 한 손으로 운전하면서도 먹을 수 있는 것
  • 점심시간까지 배고프지 않을 정도로 포만감을 주는 것
  • 건강에 대한 죄책감 없이 먹을 수 있는 것

이들의 진짜 경쟁자는 다른 음료가 아니라 바나나, 베이글, 도넛이었다. 밀크셰이크가 이 "job"을 가장 잘 해결해주었기 때문이다.

JTBD의 3가지 차원

Christensen Institute에 따르면, 모든 "job"은 세 가지 차원을 가진다:

1. 기능적 차원 (Functional)

  • 실제로 해결해야 할 구체적인 문제
  • "A지점에서 B지점으로 이동하고 싶다"

2. 감정적 차원 (Emotional)

  • 그 일을 수행하면서 어떤 기분을 느끼고 싶은가
  • "안전하고 편안하게 이동하고 싶다"

3. 사회적 차원 (Social)

  • 다른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보길 원하는가
  • "환경을 생각하는 사람으로 보이고 싶다"

실제 기업들의 JTBD 적용 사례

Microsoft는 Office 제품군 개발 시 JTBD를 활용했다. 단순히 "문서 작성 소프트웨어"가 아니라 "아이디어를 효과적으로 전달하고 협업하고 싶다"는 job을 해결하는 도구로 접근했다.

Bosch는 전동공구 개발 시 "구멍을 뚫고 싶다"가 아니라 "벽에 액자를 걸어 집을 꾸미고 싶다"는 더 큰 맥락의 job을 파악해 사용자 경험을 혁신했다.

JTBD를 실무에 적용하는 방법

1. 올바른 질문하기

  • "왜 이 제품을 샀나요?" (X)
  • "이 제품을 사기 전 상황은 어땠나요?" (O)
  • "이 제품이 없었다면 어떻게 하셨을까요?" (O)

2. 상황 중심으로 사고하기

  • 언제, 어디서, 어떤 상황에서 이 "job"이 발생하는가?
  • 기존 해결책의 한계는 무엇인가?
  • 완벽한 해결책이라면 어떤 모습일까?

3. 경쟁자 재정의하기

  • 같은 카테고리 제품이 아닌, 같은 job을 해결하는 모든 대안들
  •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도 강력한 경쟁자가 될 수 있음

JTBD가 중요한 이유

Harvard Business Review에서 크리스텐슨이 강조한 것처럼, 대부분의 혁신 실패는 고객의 진짜 "job"을 이해하지 못해서 발생한다. 기업들은 더 많은 기능을 추가하거나 더 세밀한 시장 세분화에 집중하지만, 정작 고객이 해결하고 싶은 근본적인 문제는 놓치고 있다.

JTBD는 이런 함정을 피하게 해준다. 제품이 아닌 progress에 집중하게 만들고, 고객의 실제 상황과 맥락을 깊이 이해하게 돕는다.

마무리

"고객은 드릴을 사는 게 아니라, 벽에 구멍을 내고 싶어한다. 하지만 진짜로는 벽에 액자를 걸어 집을 아름답게 꾸미고 싶어한다."

JTBD 이론의 진정한 가치는 고객의 표면적 요구사항 너머에 있는 진짜 동기를 발견하는 데 있다. 결국 우리가 만드는 모든 제품과 서비스는 누군가의 삶을 조금 더 나아지게 만들기 위한 도구일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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