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전 던지기 이코노미

동전 던지기 이코노미

청년들이 코인을 산다. 옵션을 산다. 밈주식을 산다. 어른들은 무책임하다고 말한다. 투기꾼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숫자를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서울에서 집 한 채를 사려면 소득의 14배가 필요하다. 한 푼도 쓰지 않고 14년을 모아야 한다는 뜻이다. 뉴욕은 9.7배다. 1985년 이후 미국의 가구 소득은 252% 올랐다. 주택 가격은 403% 올랐다. 열심히 일하면 집을 산다는 공식은 작동하지 않는다. 아예 작동하지 않는다.

60세 이상이 한국 전체 순자산의 37.7%를 가지고 있다. 39세 이하는 13.1%를 가지고 있다. 미국의 밀레니얼은 전체 부의 5%만 보유했다. 같은 나이였을 때 베이비부머는 20%를 가지고 있었다. 게임의 규칙이 바뀌었다. 아니, 게임 자체가 바뀌었다.


"열심히 일하면 집을 산다"는 사회적 계약이 깨졌다. 청년들은 이걸 안다. 너무 잘 안다.


그래서 저축을 포기했다. 근로 소득을 포기했다. 대신 코인을 샀다. 옵션을 샀다. 50배 수익을 노렸다. 100배 수익을 노렸다. 어른들은 도박이라고 했다. 하지만 청년들에게 이건 도박이 아니다. 이건 유일한 탈출구다. 유일한 복권이다.

계산은 간단하다. 월급을 모아서는 절대 집을 살 수 없다. 수학적으로 불가능하다. 그렇다면 가진 걸 전부 걸고 단 한 번의 대박을 노리는 게 합리적이다. 동전 던지기에 베팅하는 게 합리적이다. 이게 바로 금융 허무주의(Financial Nihilism)다. 시스템에 대한 절망이 투기로 바뀌는 지점이다.

한국은 더 극단적이다. 치매 환자가 보유한 자산이 154조 원이다. GDP의 6.4%다. 2050년엔 488조 원이 될 거라고 한다. 그 돈의 74.1%가 부동산에 묶여 있다. 움직이지 않는다. 순환하지 않는다. 고령층의 평균 소득은 30대의 절반이다. 순자산은 60% 더 많다. 돈은 있는데 쓰지 않는다. 돈은 있는데 물려주지도 않는다. 상속세는 50%다. OECD 두 번째로 높다.

벼락거지라는 말이 생겼다. 열심히 일해도 가난해진다는 뜻이다. 40세 미만의 자가 보유율은 11.9%다. 60세 이상은 41.2%다. 전세는 무너졌다. 전세 사기가 만연했다. 청년들에게 남은 건 월세뿐이다. 월세를 내고 코인을 산다. 주식을 산다.


입장료는 10배 올랐는데 상금은 그대로인 놀이공원. 정상적인 방법으로는 놀이기구를 탈 수 없다.


이건 탐욕이 아니다. 이건 절망이다. 합리적인 절망이다. 시스템이 자신들을 위해 만들어지지 않았다는걸 깨달은 세대의 반란이다. 베이비부머 세대는 열심히 일하면 됐다. 저축하면 됐다. 기다리면 됐다. 그 공식이 작동했다. 지금은 작동하지 않는다.

청년들은 PvE 게임을 하고 있다. Player vs Everyone. 각자도생. 협력은 없다. 성장도 없다. 생존만 있다. 그래서 동전을 던진다. 앞면이 나오길 바란다. 뒷면이 나와도 어차피 잃을 게 없다. 이미 게임에서 졌으니까.

문제는 이게 개인의 선택이 아니라는 거다. 이건 시스템의 실패다. 사회의 실패다. 동전 던지기를 멈추게 하려면 놀이공원 입장료를 낮춰야 한다. 아니면 상금을 올려야 한다. 둘 다 안 하면 청년들은 계속 던질 것이다. 동전을. 끝없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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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것이 새로운 권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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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로가 시장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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