뇌가 좋아하는 음식, 뇌가 싫어하는 음식

뇌가 좋아하는 음식, 뇌가 싫어하는 음식

뇌는 까다롭다.

김치찌개 먹을 때 "이거 MSG 들어갔나?" 궁금해하면서, 정작 자기가 제일 화학 덩어리다. 뉴런이라는 세포 70억 개가 전기 신호 주고받으며 살아가는 게 뇌인데, 이놈들 연료로 뭘 넣어줘야 할지 모르는 사람이 많다.

스탠퍼드 후버만 교수가 정리한 걸 보니 생각보다 단순했다.

뇌가 진짜 좋아하는 것들

기름부터 챙겨라

뇌의 60%가 지방이다. 그런데 우리는 살 빼겠다고 기름 끊는다. 뇌가 기름덩어리인데 기름 안 주면 어떻게 될까.

오메가-3 EPA가 핵심이다. 하루 1.5g은 기본, 3g까지 괜찮다. 생선 싫으면 호두나 치아시드로 때워도 된다. 비건이라면 더욱 신경 써야 한다.

포스파티딜세린은 육류와 생선에 많다. 뉴런이 제대로 작동하려면 필요한 성분인데, 이름이 어려워서 그렇지 별거 아니다.

계란 노른자를 버리지 마라

콜린이라는 성분이 집중력을 만든다. 정확히는 아세틸콜린이라는 신경전달물질의 원료다. 계란 노른자에 가장 많다.

콜레스테롤 걱정해서 흰자만 먹는 사람들, 뇌한테는 노른자가 더 소중하다. 하루 500mg~1g 정도 필요한데, 계란 2-3개면 충분하다.

크레아틴은 운동선수만의 것이 아니다

크레아틴을 근육 키우는 보충제로만 알고 있는데, 뇌도 쓴다. 특히 의욕과 기분을 관장하는 전두엽에서.

육류에 들어있지만 양이 적어서, 크레아틴 모노하이드레이트 보충제로 하루 5g 먹는 게 확실하다. 물에 잘 안 녹아서 그렇지, 효과는 검증됐다.

보라색 과일의 힘

안토시아닌은 뇌 염증을 줄인다. 블루베리, 블랙베리 같은 보라색 베리류에 많다.

한국에서 구하기 쉬운 건 냉동 블루베리다. 매일 한 컵씩. 비싸다고? 뇌 건강 생각하면 싸다.

글루타민의 숨겨진 기능

글루타민이 설탕 중독을 끊어준다는 연구가 있다. 장에서 포만감 신호를 보내서 단 것에 대한 갈망을 줄인다고.

코티지치즈, 닭가슴살, 시금치에 많다. 보충제로도 되는데 1-10g까지 다양하다.

뇌가 음식을 선택하는 3가지 방법

여기서부터 재밌다. 우리가 특정 음식을 좋아하게 되는 이유는 3개 경로가 있다.

1. 입맛 (당연한 얘기)

혀에서 단맛, 짠맛, 신맛, 쓴맛, 감칠맛을 감지해서 뇌로 보낸다. 이건 다들 안다. MSG 넣으면 맛있어지는 이유도 감칠맛 때문이다.

2. 장의 은밀한 보고서

여기가 신기하다. 장에 있는 뉴로포드 세포라는 놈들이 음식의 영양성분을 실시간으로 분석해서 뇌에 보고한다.

"사장님, 아미노산 들어왔습니다"
"지방산도 확인됐습니다"
"설탕 농도 높습니다"

이런 식으로. 그러면 뇌에서 도파민이 나와서 "더 먹어!"라고 신호를 보낸다. 우리가 의식하지 못하는 사이에.

3. 학습과 믿음 (게임 체인저)

가장 중요한 부분이다. 뇌는 학습한다.

인공감미료를 처음 먹으면 혈당이 안 올라가니까 뇌가 시큰둥하다. 하지만 계속 먹으면 학습해서 나중엔 인공감미료만 봐도 도파민이 나온다.

더 충격적인 건, 믿음만으로도 인슐린이 변한다는 연구결과다. 똑같은 밀크셰이크를 "고칼로리"라고 말해주면 "저칼로리"라고 했을 때보다 실제로 인슐린 분비가 다르게 나타났다.

뇌 해킹하는 법

이 원리를 역이용하면 건강한 음식을 좋아하게 만들 수 있다.

방법은 간단하다. 건강하지만 맛없는 음식을 혈당 올리는 음식과 함께 먹는 것.

브로콜리가 싫다면 밥과 함께 먹어라. 7-14일 정도 반복하면 뇌가 브로콜리도 보상 음식으로 인식하기 시작한다.

이건 조건반사다. 파블로프의 개처럼.


결국 뇌도 길들일 수 있다는 얘기다.

단 것만 찾는 뇌를, 계란이랑 생선을 갈망하게 만들 수도 있다. 시간은 좀 걸리지만 불가능하지 않다.

뇌가 까다로운 게 아니라, 우리가 뇌를 이해 못 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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