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문가의 몰락: 포브스가 쓰레기 수집가가 된 날

명문가의 몰락: 포브스가 쓰레기 수집가가 된 날

2024년 9월 25일. 이날은 SEO 역사에 기록될 날이다. 100년 넘은 비즈니스 미디어의 제왕 포브스(Forbes)가 구글의 철퇴를 맞은 날. 하루아침에 170만 개의 검색어가 증발했다.

재밌는 건, 일주일 전인 9월 18일에 누군가가 이미 예고했다는 거다. Lars Lofgren이라는 SEO 전문가가 "Forbes Marketplace: 숙주를 집어삼키려는 기생충 SEO 회사"라는 글을 올렸다. 제목부터 살벌하다. 그리고 정확히 일주일 후, 포브스는 무너졌다.

2019년, 악마와의 계약

이야기는 2019년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Forbes Marketplace가 출범한 해다. 겉으로는 포브스의 새로운 사업부처럼 보였다. 하지만 진실은 달랐다.

2020년, 포브스와 전혀 관계없는 회사가 나타났다. 이들은 포브스와 '파트너십'을 맺었다. 정확히는 포브스의 이름을 빌려서 어필리에이트 장사를 시작했다. Forbes Advisor라는 이름으로.

처음엔 소박했다. 2021년 매출은 2,900만 달러. 그런데 2022년부터 이상한 일이 벌어졌다. 구글에서 뭘 검색하든 포브스가 나왔다. "최고의 CBD 젤리"를 검색해도 포브스. "바퀴벌레 퇴치법"을 검색해도 포브스.

기생충의 성장 방정식

비결은 간단했다. 포브스라는 100년 된 브랜드의 신뢰도 + AI 대량 생산 + 어필리에이트 링크 = 돈.

Forbes Marketplace는 이 공식을 극한까지 밀어붙였다. 하루에 수백 개의 기사를 찍어냈다. 신용카드, 펫 보험, 온라인 카지노, 매트리스... 돈이 되는 건 뭐든 다뤘다.

진짜 전문가가 쓴 건 아니다. 인터넷에서 긁어모은 정보를 AI가 재조합한 것뿐. 하지만 구글은 포브스라는 이름만 보고 상위에 노출시켰다.

2024년 추정 매출? 3-4억 달러. 포브스 전체 수익의 절반이 넘는다고 한다. 5년 만에 10배 이상 성장. 실리콘밸리 스타트업도 부러워할 성장률이다.

작은 사이트들의 비명

피해자는 누구였을까? 진짜로 매트리스를 하나하나 테스트하는 블로그들. CBD 성분을 직접 분석하는 전문가들. 이들이 아무리 좋은 콘텐츠를 만들어도 포브스를 이길 수 없었다.

"자본주의 도구"를 자처하던 포브스가 정작 작은 사업자들을 짓밟고 있었다. 아이러니다.

구글의 복수, 그리고 침묵

2024년 3월, 구글이 칼을 뽑았다. Site Reputation Abuse Policy. 신뢰받는 사이트가 평판을 남용하면 처벌하겠다는 정책이다. 5월부터 시행한다고 예고했다.

그리고 9월 18일, Lars Lofgren의 폭로 기사가 나왔다. Forbes Marketplace의 실체를 낱낱이 까발렸다. 포브스가 자기 브랜드를 팔아먹고 있다고.

일주일 후인 9월 25일, 심판의 날이 왔다. Forbes Advisor의 트래픽이 폭락했다. 건강, 신용카드, 은행, 자동차 보험... 모든 카테고리에서 순위가 떨어졌다. 수동 페널티였다. 구글이 직접 손을 댄 거다.

11월 19일, 구글은 정책을 더 강화했다. 이제 포브스만의 문제가 아니었다. CNN, USA Today, Fortune, Time... 다들 비슷한 짓을 하고 있었으니까. Adweek 보도에 따르면 이들의 손실액은 최소 750만 달러.

그래서, 누가 이겼나?

포브스는 잃었다. 트래픽도, 신뢰도도. 하지만 이미 번 돈은? 그대로다.

구글은 이겼나? 글쎄. 검색 품질은 나아졌을지 몰라도, 대형 미디어들과의 관계는 껄끄러워졌다.

작은 사이트들은? 잠깐의 승리일 뿐이다. 포브스가 무너졌다고 그들이 1위가 되는 건 아니다. 이미 다른 대형 사이트들이 그 자리를 차지했을 테니까.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

이 사건이 주는 교훈은 명확하다. 첫째, 브랜드의 생명력은 생각보다 짧다. 100년 된 명성도 5년이면 망가뜨릴 수 있다.

둘째, 구글 검색을 맹신하면 안 된다. 상위에 뜬다고 좋은 정보가 아니다. 브랜드 이름만 보고 믿지 말고, 내용을 봐야 한다.

셋째, 그리고 가장 씁쓸한 진실. 결국 돈이다. 포브스도, 구글도, 모두가 돈을 위해 움직인다. 저널리즘? 사용자 경험? 그런 건 돈 앞에서 부차적이다.

포브스의 슬로건 "자본주의 도구"는 예언이었다. 도구는 도구답게, 돈 버는 기계가 되어버렸으니까. 다만 너무 노골적으로 해서 걸렸을 뿐.


표면: 구글이 검색 품질을 위해 포브스를 처벌했다.
이면: 너무 대놓고 해서 손 댄 거다. 적당히 했으면 아직도 잘 먹고 잘 살았을 텐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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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것이 새로운 권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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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엔 광장에서 목소리를 높이는 게 힘이었다. 지금은 아니다. 진짜 권력을 가진 자들은 소셜 미디어에 없다. 플랫폼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중 앞에 서는 건 이제 착취당할 준비가 됐다는 신호에 가깝다. 알고리즘의 먹잇감이 되거나 봇의 타겟이 되거나. 1980년대에 가죽 재킷을 입고 거리를 활보하는 게 반문화였다면, 2024년의 반문화는 다르다. 플랫폼에 착취당하지 않는 것.

동전 던지기 이코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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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이 코인을 산다. 옵션을 산다. 밈주식을 산다. 어른들은 무책임하다고 말한다. 투기꾼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숫자를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서울에서 집 한 채를 사려면 소득의 14배가 필요하다. 한 푼도 쓰지 않고 14년을 모아야 한다는 뜻이다. 뉴욕은 9.7배다. 1985년 이후 미국의 가구 소득은 252% 올랐다. 주택 가격은 403% 올랐다. 열심히 일하면 집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