케이트라나다가 혼자 춤추는 법

케이트라나다(Kaytranada)가 처음으로 혼자 앨범을 냈다. 'Ain't No Damn Way!' 피처링 아티스트가 한 명도 없다.
재밌는 건 타이밍이다. 모두가 콜라보에 목매는 시대에 혼자 서기를 택했다. 유튜브 알고리즘은 "feat. 누구누구"가 붙어야 조회수가 나온다고 속삭인다. 스포티파이는 협업 플레이리스트를 권한다.
그런데 케이트라나다는 혼자다.
NME는 "그가 혼자서도 우뚝 설 수 있다는 걸 증명했다"고 썼다. 롤링스톤은 "클럽 시스템용 음악이 외출 안 하는 사람들에게도 통한다"고 했다. 두 평가 모두 맞다. 하지만 더 중요한 건 따로 있다.
2025년의 춤은 혼자 춘다.
틱톡에서 15초짜리 안무를 따라한다. 에어팟 맥스 끼고 지하철에서 미세하게 몸을 흔든다. 방에서 유튜브 보며 셔플 댄스를 연습한다. 클럽? 인스타 스토리 찍으러 가는 곳이다.
'Space Invader'의 후렴구가 의미심장하다. "가끔은 도망쳐야 해(Gotta get away in sometimes)." 1992년 레이브 사운드를 쓰면서 2025년의 정서를 담았다. 함께 춤추던 시대의 사운드로 혼자 있고 싶은 마음을 표현한다.
배리 화이트(Barry White) 샘플링도 그렇다. 원곡의 화려한 현악기를 뒤틀어 우울하게 만들었다. 70년대 디스코의 집단적 황홀경이 개인의 멜랑콜리가 됐다.
케이트라나다는 아이티 태생, 몬트리올 육성이다. 경계인의 정체성이 음악에 묻어난다. 클럽 음악의 문법을 따르면서도 살짝 비튼다. 춤추게 하면서도 생각하게 한다.
가장 흥미로운 트랙은 'Do It (Again)'이다. TLC의 'Let's Do It Again'을 리메이크했다. 원곡의 관능적 R&B를 "초음속 쾌락주의 여행"으로 바꿨다고 NME가 표현했다.
반복. 다시. 또.
알고리즘이 우리에게 요구하는 것도 그거다. 같은 영상 다시 보기. 같은 음악 반복 재생. 무한 스크롤. 도파민 중독의 굴레.
"케이트라나다 코드"라는 말이 있다. 재즈나 소울 영향을 받은 음악을 들으면 사람들이 붙이는 태그다. 한 사람의 이름이 장르가 됐다.
근데 정작 본인은 혼자 있기를 택했다.
피처링 없는 앨범. 클럽에서 틀지만 집에서도 듣는 음악. 함께 추는 춤을 혼자 추게 만드는 비트.
어쩌면 이게 2025년의 자화상이다. 초연결 시대의 고독. 모두가 연결되어 있지만 아무도 만나지 않는다.
케이트라나다는 그걸 안다. 그래서 처음으로 혼자 앨범을 만들었다.
우리도 그걸 안다. 그래서 이어폰 끼고 듣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