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이지 않는 것이 새로운 권력이다
과거엔 광장에서 목소리를 높이는 게 힘이었다. 지금은 아니다. 진짜 권력을 가진 자들은 소셜 미디어에 없다. 플랫폼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중 앞에 서는 건 이제 착취당할 준비가 됐다는 신호에 가깝다. 알고리즘의 먹잇감이 되거나 봇의 타겟이 되거나. 1980년대에 가죽 재킷을 입고 거리를 활보하는 게 반문화였다면, 2024년의 반문화는 다르다. 플랫폼에 착취당하지 않는 것. 자신의 데이터를 보호하는 것. 눈에 띄지 않는 것이 새로운 지위의 신호가 됐다.
류츠신(Liu Cixin)의 소설에 '다크 포레스트(Dark Forest)' 이론이 나온다. 우주가 조용한 이유는 생명체가 없어서가 아니라 모두 숨어있기 때문이다. 자신의 존재를 드러내면 포식자에게 사냥당한다. 그래서 침묵한다. 인터넷도 똑같아졌다.
포식자는 광고주, 추적 봇, 클릭베이트 제작자, 트롤이다. 관심을 갈구하는 인플루언서도 마찬가지다. 공개 웹에서 자신을 드러내는 건 위험하다. 맥락이 붕괴된 상태에서 높은 위험만 있고 중재는 없다. 사람들은 통제된 청중만 있는 폐쇄 공간으로 후퇴한다.
2024년 인터넷 트래픽의 51%가 봇이다. 인간이 아니다. 생성형 AI가 만든 콘텐츠가 웹을 채운다. 인터넷은 점점 덜 인간적이고 죽어있는 공간처럼 느껴진다. 역 튜링 테스트의 시대다. "당신은 진짜 사람인가"를 물어야 한다.
봇이 침투하기 어려운 곳. 슬랙(Slack), 디스코드(Discord), 왓츠앱(WhatsApp), 이메일. 벤카테시 라오(Venkatesh Rao)는 이런 곳을 '코지 웹(Cozy Web)'이라 불렀다. 검색 엔진에 색인되지 않고 알고리즘에 최적화되지 않으며 게임화되지 않은 곳. 압박감 없는 대화가 가능한 유일한 피난처다.
여기서 흥미로운 역설이 시작된다. 마케팅의 규칙이 완전히 뒤집혔다.
다크 소셜에서는 유료 광고로 게시물을 부스트 할 수 없다. 알고리즘으로 낯선 이에게 도달할 수 없다. 신뢰만이 유통 경로다. 사용자가 당신의 콘텐츠를 자신의 가족 단톡방에 공유하려면 광고가 아니라 진짜 가치를 제공해야 한다. 문제에 대한 해결책을 줘야 한다.
공개 소셜 미디어의 수만 개 봇 좋아요는 의미가 없다. 코지 웹 안에서 일어나는 단 한 번의 진심 어린 추천이 브랜드 생존을 결정한다. 트래픽을 쫓는 걸 멈춰야 한다. 관계의 밀도에 집중해야 한다.
청중을 모으는 게 아니라 소속감을 주는 커뮤니티를 구축해야 한다. 대중적 도달보다 특정 관심사를 공유하는 긴밀한 니치 커뮤니티에서의 영향력이 훨씬 강력하다. 봇이 침투하기 어렵고 진정성 있는 추천이 실질적 영향력을 발휘하는 곳이다.
브랜드가 직접 디스코드 서버를 만든다. 고객을 초대한다. 단순한 광고판이 아니다. 제품 개발에 의견을 주는 디지털 포커스 그룹이자 충성도 높은 부족을 형성하는 공간이다. 플랫폼은 언제든 알고리즘을 바꾸고 도달률을 제한한다. 브랜드가 직접 소유하고 통제할 수 있는 제1자 데이터만이 유일한 방어수단이다.
"진짜 권력은 소셜 미디어를 소유하고 있기 때문에 거기 있을 필요가 없다"
이메일은 봇이 아닌 실재하는 인간에게 도달할 수 있는 가장 확실한 채널이다. 사용자가 자발적으로 제공한 이메일 주소와 선호도 데이터는 쿠키가 사라지는 시대에 가장 강력한 자산이다. 인터넷 트래픽의 절반이 봇이고 AI가 생성한 콘텐츠가 범람하는 상황에서 진짜 인간임이 느껴지는 콘텐츠가 차별화 요소다.
AI가 모방하기 힘든 인간적 뉘앙스. 팟캐스트나 숏폼 비디오처럼 실제 목소리와 얼굴이 드러나는 포맷. 이게 신뢰를 높인다. 다크 소셜에서 공유되려면 콘텐츠가 단순히 흥미로운 것을 넘어 누군가의 문제를 해결하거나 대화를 시작할 수 있는 실질적 유용성을 제공해야 한다.
그런데 완전히 숨어버리는 것도 위험하다.
얀시 스트리클러(Yancey Strickler)는 건전하고 합리적인 사람들이 모두 다크 포레스트로 숨으면 공개 인터넷이 선동가와 봇에게 점령당한다고 경고했다. 1960년대 문화 전쟁에서 상처 입은 히피들이 1970년대에 개인의 웰빙으로 후퇴했다. 결과적으로 사회의 주도권을 다른 세력에게 넘겨줬다. 지금도 똑같다.
그는 이를 '볼링장 이론(The Bowling Alley Theory)'이라 불렀다. 사람들이 과거 볼링 리그에 가입했던 이유는 볼링을 사랑해서가 아니라 다른 사람들과 함께하기 위해서였다. 마찬가지로 사람들이 인터넷에 접속하는 주된 이유는 서로를 만나기 위해서다. 장소는 배경에 불과하다.
어떤 종류의 볼링장이 되는지는 누가 그곳에 가느냐에 달려 있다. 상당수의 합리적인 사람들이 주류 공간을 떠나면 남은 공간은 극단적 목소리에 의해 채워진다. 개인이 주류 플랫폼에서 침묵하거나 떠나는 것은 개인에게 평화를 주지만 더 큰 세상에 대한 영향력을 제한한다. 텔레비전이나 페이스북, 트위터 같은 주류 매체의 영향력은 여전히 막강하다.
그래서 가장 현명한 전략은 무작정 숨는 게 아니다. 공개 웹과 다크 포레스트를 전략적으로 오가는 것이다. 자신의 존재를 알리고 명성을 쌓기 위해 공개 웹을 이용한다. 진짜 가치 있는 대화, 고급 정보 교환, 심리적 안정은 폐쇄된 커뮤니티에서 추구한다.
대중에게는 신비주의를 유지하되 필요한 순간에만 전략적으로 모습을 드러낸다. 이게 하이브리드 전략이다. 광장에서 확성기를 들고 외치는 방식은 끝났다. 닫힌 방 안에서 신뢰받는 조언자가 되는 시대가 왔다.
인터넷에서 숨는 것은 겁쟁이의 도피가 아니다. 알고리즘과 봇으로 오염된 공개 웹에서 자신의 데이터와 정신적 자산을 보호하는 것이다. 더 높은 밀도의 신뢰와 보상이 있는 이너 서클로 진입하려는 전략이다.
가시성이 아니라 신뢰가. 도달이 아니라 밀도가. 노출이 아니라 선택적 은둔이 권력의 새로운 형태다. 보이지 않는 것이 새로운 권력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