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타가 700억 달러 쓰겠다는데, 이거 미친 짓일까?

메타가 700억 달러 쓰겠다는데, 이거 미친 짓일까?

메타가 10월 29일 저녁에 실적을 발표했다.

매출 26% 급증. 사용자 35억 명. 인스타그램 역대급.

주가는 7% 폭락.

뭐지?


159억 달러가 증발한 사연

먼저 이 황당한 상황부터 정리하자.

메타 3분기 순이익: 27억 달러

작년 같은 기간: 157억 달러

83% 증발.

"메타 망했네?"

아니다. 전혀.

범인은 미국 의회

의회가 새 세법을 통과시켰다. 이름도 거창하다: "One Big Beautiful Bill Act"

이 법 때문에 메타는 159억 달러를 일회성 세금으로 내야 했다.

(정확히는 "내야 했다"가 아니라 "장부에 적어야 했다". 실제로 돈이 나간 건 아니다. 회계 마술이다.)

결과:

  • 주당순이익(EPS): $1.05
  • 시장 예상: $6.72

번역: 숫자는 끔찍한데, 실제론 멀쩡하다.

이 세금 폭탄만 빼면?

  • 조정 순이익: 186억 달러
  • 조정 EPS: $7.25

실적 자체는 괜찮았다. (오히려 좋았다.)


그럼 주가는 왜 떨어진 건데?

여기가 진짜 핵심이다.

실적 발표 중에 CFO가 이렇게 말했다:

"2026년에 돈 훨씬 더 많이 쓸 겁니다."

투자자들: "???"

구체적으로 얼마나?

2025년 계획:

  • 데이터센터, 서버, AI 장비에 700-720억 달러 투자
  • 이미 당초 계획(660-720억)보다 올렸다

2026년 계획:

  • CFO: "2025년보다 훨씬 더 많이 쓸 겁니다"
  • 구체적 숫자는 안 알려줌
  • 총 비용도 "상당히 빠르게" 증가 예정

투자자들이 번역한 내용:

"AI한테 돈 퍼붓는 건 이제 시작입니다. 마진? 나중 얘기."


저커버그가 미친 게 아니라면

마크 저커버그는 왜 이렇게 돈을 쓸까?

그는 어닝콜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우리는 슈퍼인텔리전스가 빨리 올 수도 있다는 시나리오에 대비하고 있습니다."

해석하자면:

  • AI가 생각보다 빨리 엄청나게 똑똑해질 수 있다
  • 그때 가서 인프라 깔면 늦다
  • 지금 미리 컴퓨팅 파워를 쌓아두자

그는 심지어 이렇게도 말했다:

"지금 우리 핵심 사업(페이스북, 인스타그램, 광고)도 컴퓨팅이 부족한 상태입니다."

번역: "돈 벌고 있는 주력 사업도 컴퓨터가 모자라요. AI 연구에 다 쓰고 있거든요."


메타의 논리는 이렇다

1단계: AI가 실제로 돈을 번다

증거들:

광고가 똑똑해졌다:

  • 'Advantage+' AI 광고 도구 → 연 매출 600억 달러 돌파
  • 이 도구 쓰면 리드 확보 비용이 평균 14% 감소

사람들이 더 오래 본다:

  • AI 추천 덕분에 페이스북 이용시간 5% 증가
  • Threads는 10% 증가
  • 인스타그램 비디오 시청 30% 급증

Reels가 폭발했다:

  • 연 매출 500억 달러 규모

(이건 스타벅스 전체 매출보다 크다.)

2단계: 더 많은 컴퓨팅 = 더 많은 돈

저커버그의 믿음:

  • 지금도 AI가 돈을 벌어주는데
  • 컴퓨팅 파워를 10배 늘리면
  • AI가 훨씬 더 똑똑해지고
  • 돈을 훨씬 더 많이 벌 것이다

3단계: 그러니까 지금 투자

문제는 "훨씬 더"가 언제냐는 것이다.

저커버그: "매우 수익성 있을 겁니다."

시장: "언제요?"

저커버그: "...나중에."

(투자자들은 이런 대답을 싫어한다.)


숫자로 보는 메타의 현실

잘되고 있는 것들

  • 매출: 512억 달러 (전년 대비 +26%)
  • 사용자: 35.4억 명이 매일 앱 사용 (+8%)
  • 인스타그램: 월간 30억 명 돌파 (역사적 순간)
  • Threads: 일 1.5억 명 돌파 (트위터 따라잡는 중)
  • 영업이익률: 40%

걱정되는 것들

  • 2026년 비용: 구체적 숫자 없음. "훨씬 더 많다"는 말만
  • ROI 시점: "예측하기 너무 이르다"
  • EU 규제: 유럽 매출에 "상당한 악영향" 가능성
  • 마진 압박: 비용이 매출보다 빠르게 증가하면?

두 가지 시나리오

시나리오 A: 저커버그가 옳다면

메타는 지금:

  • AI 광고로 돈을 실제로 벌고 있고
  • 35억 사용자 데이터를 가지고 있고
  • 앞으로 더 많이 벌 준비를 하고 있다

2-3년 후:

  • AI가 훨씬 똑똑해지고
  • 광고 효율이 더 올라가고
  • 새 제품들(AI 안경, Business AI)이 터지고
  • "역시 선제 투자가 답이었어"

시나리오 B: 시장이 옳다면

메타는 지금:

  • 이미 잘되고 있는 사업이 있는데
  • "슈퍼인텔리전스"라는 불확실한 미래에
  • 연 700억+ 달러를 쏟아붓고 있다

2-3년 후:

  • AI 발전이 생각보다 느리고
  • 비용만 쌓이고
  • 영업이익률이 40%에서 25%로 떨어지고
  • "투자 타이밍을 잘못 잡았네"

재미있는 디테일 몇 가지

Ray-Ban 스마트 안경이 48시간 만에 매진

메타가 만든 AI 안경. 디스플레이 달린 버전.

출시 이틀 만에 거의 모든 매장에서 품절.
데모 예약은 다음 달까지 마감.

(사람들이 진짜 사고 싶어 한다는 뜻.)

메타 AI 사용자 10억 명 돌파

월간 10억 명이 메타 AI를 쓴다.
ChatGPT급 규모다.

Business AI 실험 중

기업들이 왓츠앱/메신저로 고객 응대할 때 AI가 대신 답변.

  • 필리핀, 멕시코에서 수백만 건 대화
  • 미국에서도 테스트 시작

앞으로 "수천만 기업"이 쓰게 하겠다는 포부.


솔직히 말하면

메타의 상황은 묘하다.

현재:

  • 사업은 잘된다 (매출 +26%)
  • 수익도 난다 (조정 순이익 186억)
  • 사용자도 는다 (+8%)

미래:

  • 비용 폭증 예고
  • 구체적 계획 불투명
  • ROI 시점 불명확

저커버그는 "가치 극대화"에 집중한다고 했다.
"마진 극대화"가 아니라.

(주주들은 마진도 좋아한다는 걸 그는 알까?)


당신이 판단할 차례

질문 1:
AI에 연 700억+ 달러 쓰는 게 미친 짓일까, 필수적인 투자일까?

질문 2:
영업이익률 40%가 30%로 떨어져도 괜찮을까?
"미래를 위한 투자"라는 명분으로?

질문 3:
구글, 마이크로소프트, 아마존도 AI에 돈 퍼붓고 있다.
메타만 빠지면 뒤처질까? 아니면 다같이 과잉투자 중일까?


이건 투자 조언이 아니다.

하지만 메타는 지금 재미있는 실험을 하고 있다:

"현재의 이익을 포기하고 미래에 올인하면 어떻게 될까?"

2-3년 후에 답이 나올 것이다.

그때까지는 누구도 모른다.

저커버그도.


핵심 숫자 요약:

  • 매출: $512억 (+26%)
  • 보고 순이익: $27억 (세금 폭탄 맞음)
  • 실제 벌어들인 돈: $186억 정도
  • 사용자: 35.4억 명
  • 2025년 투자 예정: $700-720억
  • 2026년 투자 예정: "훨씬 더 많이"

잘나가는데 돈은 더 쓰겠다는 회사. 이상하지만 흥미롭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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