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상과 비즈니스를 위한 새로운 측정 지표들

일상과 비즈니스를 위한 새로운 측정 지표들
Photo by Mark Owen Wilkinson Hughes / Unsplash

개인 생활을 위한 재미있는 지표들

1. 마이크로모트 (Micromort)

정의: 100만분의 1 사망 확률

마이크로모트는 모든 활동의 위험도를 객관적으로 비교할 수 있게 해주는 단위입니다. 예를 들어:

  • 자전거 타기 (1시간): 1 마이크로모트
  • 등산: 15-20 마이크로모트
  • 베이스 점프: 400 마이크로모트
  • 하루 늙기: 1 마이크로모트

이 지표의 진짜 활용법은 노출 시간을 고려하는 것입니다. 주 10시간 자전거를 타는 것과 평생 한 번 스카이다이빙 하는 것 중 어느 게 더 위험할까요? 시간당 마이크로모트로 계산하면 명확해집니다.

활용 팁: AI에게 "내 라이프스타일을 보고 가장 높은 마이크로모트 활동이 뭔지 분석해줘"라고 물어보세요.

2. 시간당 즐거움 비용 (Cost Per Hour of Pleasure, CPHP)

정의: 즐거움 1시간당 드는 비용

  • 높은 CPHP: 콘서트, 농구 경기 관람 (몇 시간에 수십만 원)
  • 낮은 CPHP: 매일 사용하는 고급 런닝머신 (몇 년간 사용하면 시간당 수백 원)

여기서 중요한 건 자기기만을 피하는 것입니다. "매일 쓸 거야"라고 생각하고 산 운동기구가 옷걸이가 되면 CPHP는 무한대로 치솟습니다.

3. 시간당 불평 횟수 (Complaints Per Hour, CPH)

정의: 한 시간 동안 하는 불평의 횟수

높은 CPH는 높은 부정성을 의미합니다. 하지만 때로는 불평하는 것 자체가 즐거울 수 있죠. 그럴 때는 CPHP가 0에 가까워지므로... 모든 게 상쇄됩니다.

활용법: 친구들과의 대화에서 CPH를 의식적으로 낮춰보세요. 더 건설적인 대화로 이어집니다.

4. 시간당 폰 터치 횟수 (Phone Pickups per Hour)

정의: 한 시간 동안 휴대폰을 드는 횟수

  • 지루한 사람들과 있을 때: 높음
  • 흥미진진한 일을 할 때: 낮음

책을 쓸 때처럼 집중이 필요한데 자꾸 폰을 만지게 된다면? 타이머 금고에 넣어버리세요. 진짜 효과적입니다.

5. 대화 자동화 비율 (% Conversational Autopilot)

정의: 대화 중 뻔한 소재가 차지하는 비율

"어디 사세요?", "무슨 일 하세요?", "여행은 어디 가봤어요?" 같은 최소공통분모 대화들. 모든 사람이 하는 똑같은 이야기죠.

  • 이상적인 비율: 20-30% (적당한 공통점으로 편안함 유지 + 새로운 이야기)
  • 위험 신호: 75% 이상 (식사만 하고 바로 도망치고 싶은 상황)

비즈니스를 위한 진짜 유용한 지표들

1. 초당 거짓말 횟수 (Lies Per Second, LPS)

정의: 프레젠테이션에서 초당 나오는 거짓말/과장의 횟수

스타트업 피칭에서 특히 유용합니다:

  • 파이프라인을 고객이라고 하기
  • 그래프에서 라벨 제거하기
  • 숫자 조작하기

LPS가 높고 점점 높아진다면? 회의를 일찍 끝낼 시간입니다.

2. 결정당 회의 비율 (Meetings per Decision Ratio, MPDR)

정의: 하나의 결정을 내리기 위해 필요한 회의 횟수

예시: 직원 채용

  • 효율적인 회사: 5번의 면접 + 1번의 검토 회의 = 결정
  • 비효율적인 회사: 3번 → 5번 더 → 2번 더 → 3번 더... 끝이 없음

높은 MPDR의 원인:

  • 의사결정권자 부재
  • 불명확한 목표나 프로세스
  • 계속 변하는 조건들

3. 첫 변명까지 시간 (Time to First Excuse, TFE)

정의: 나쁜 결과가 나온 후 변명이 나올 때까지의 시간

  • "이번 달 매출이 안 좋네요?" → "계절성 때문이에요" (TFE: 3초)
  • "신제품 반응이 별로네요?" → "마케팅이 부족했어요" (TFE: 1초)

TFE가 0에 가까워질수록, TNE(Time to Next Excuse)도 짧아집니다. 이때는 팀 교체를 고려해야 할 시점입니다.

4. 숫자 대 텍스트 비율 (Numbers vs Text Ratio)

정의: 프레젠테이션에서 숫자가 차지하는 비중

스타트업 성장 단계별 특징:

  • 초기: 텍스트 100% (아이디어와 스토리만 존재)
  • 시리즈 B: 숫자 비중이 높아야 함 (매출, 리텐션, 성장률 등)

5000만 달러 투자받은 회사가 여전히 텍스트만 가득한 PT를 한다면? MPDR이 치솟거나 아예 투자받기 어려워집니다.

5. 출시당 파워포인트 개수 (PowerPoints per Launch, PPPL)

정의: 하나의 기능을 출시하기 위해 만드는 PT 횟수

  • 0개: 빠른 실행형 스타트업 (출시 → 반응 확인 → 다음 출시)
  • 10개 이상: "죽음의 파워포인트" 단계

새 기능 제안하려면 PT 만들고, 로드쇼 하려면 PT 더 만들고, 시장조사 결과도 PT로... 무한 루프에 빠집니다.

해결책: 밀어붙일 수 있는 시니어 임원의 지원. 아니면 영원한 합의 지옥입니다.

6. IQ 포인트당 달러 (Dollar per IQ Point)

정의: 직원 한 명의 IQ 1포인트당 드는 비용

  • 효율적: 주립대 상위 1% 학생 (높은 IQ, 합리적 연봉)
  • 비효율적: 스탠포드 하위 10% 학생 (낮은 IQ, 높은 연봉 요구)

스탠포드 상위 1% CS 학생은? 의외로 적당한 Dollar per IQ Point입니다.

7. 결정 대 숙고 비율 (Decision to Rumination Ratio)

정의: 결정의 중요도 대비 고민하는 시간의 비율

역설적인 현실:

  • 자동차 선택: 몇 달간 리서치, 시승, 비교
  • 인생을 바꿀 직장 이직: 일주일 만에 결정

인생의 가장 중요한 결정들:

  • 누구와 결혼할 것인가
  • 어느 도시에 살 것인가
  • 어떤 커리어를 쌓을 것인가

하지만 이런 결정들에 몇 달씩 풀타임으로 투자하고, 전문가의 도움을 받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요? 대신 우리는 충동적으로 결정합니다. 번개 결혼, 충동 이사, 홧김 퇴사, 충동 이별, 여행 중 문신, 충동 펫샵...

미래의 측정 가능한 세상

언젠가는 AI 회의 기록 앱이 이 모든 지표들을 자동으로 측정해줄 것입니다. 심지어 LPS가 임계점을 넘으면 자동으로 알림이 올 수도 있겠죠. 모든 문장을 실시간으로 팩트체크하면서 말이에요.

마치며

이런 지표들은 분명 재미있고 개념적인 아이디어입니다. 하지만 숫자로 세상을 바라보는 관점은 더 객관적이고 명확한 판단을 도와줍니다.

당신만의 측정 지표가 있다면 댓글로 알려주세요. 다음 저녁 식사 대화에서 마이크로모트와 함께 써보겠습니다!


출처 및 번안 정보

이 글은 Andrew Chen의 "Lies per second, meetings per decision, and other startup metrics" 포스트를 한국어로 번안하고 재구성한 것입니다.

원저자 Andrew Chen은 a16z의 General Partner이자 『The Cold Start Problem』의 저자로, 스타트업과 성장에 관한 통찰력 있는 글을 꾸준히 발행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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