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례 말고 확률로 이야기하세요

반례 말고 확률로 이야기하세요
Photo by Mick Haupt / Unsplash

유튜브 댓글란은 언제나 전쟁터다.

"하루 2시간 일하고 월 천만원" 영상 아래엔 꼭 이런 댓글이 달린다. "내 친구는 진짜 그렇게 번다"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개발자 연봉 거품" 글이 올라오면 바로 반박이 온다. "우리 회사는 신입도 1억 준다"

다이어트 후기엔 어김없이 등장한다. "저는 그 방법으로 요요 왔어요"

반례는 싸다. 통계 찾아볼 필요도, 데이터 분석할 필요도 없다. 내 경험 하나만 던지면 된다.

인스타그램의 진실

인스타그램에 코인으로 람보르기니 산 사람이 올라온다.

수천 명이 그 사진을 본다. 그리고 코인을 산다.

아무도 묻지 않는다. 코인으로 망한 사람은 몇 명일까? 그들은 왜 인스타에 안 올릴까?

성공은 시끄럽다. 실패는 조용하다. 우리는 시끄러운 것만 본다.

숫자 없는 대화

레딧(Reddit)에서 본 논쟁이다.

A: "채식하면 건강해진다"

B: "우리 삼촌은 채식하다 영양실조 왔는데?"

유튜브 쇼츠 댓글이다.

C: "명상 10분이면 스트레스 해소"
D: "저는 한 달 해도 그대로예요"

네이버 카페 독서 모임이다.

E: "하루 한 권 읽으면 인생 바뀐다"

F: "전 100권 읽어도 그대로던데요"

모두가 자기 경험만 이야기한다. 아무도 전체 그림을 안 본다.

확률의 언어

채식의 건강 개선 효과 - 심혈관 질환 23% 감소

명상의 스트레스 감소 - 8주 후 코르티솔 19% 감소

독서량과 소득 상관관계 - 월 2권 이상 독서자 평균 연봉 22% 높음

이게 대화의 시작이어야 한다.

"23% 감소가 의미 있나?"가 생산적이다. "우리 삼촌은 아닌데"보다.

극단의 알고리즘

"적당히 운동해서 1년에 5kg 뺐어요" - 조회수 87

"3일 만에 10kg 빼는 비법" - 조회수 320만

알고리즘은 극단을 좋아한다. 평범함은 클릭을 못 받는다.

그래서 세상이 왜곡된다. 모두가 억대 연봉 받는 것 같고, 모두가 한 달에 10kg씩 빼는 것 같고, 모두가 첫 사업으로 대박 나는 것 같다.

현실은? 대부분 그냥 평범하게 산다. 하지만 평범함은 콘텐츠가 안 된다.

일상의 확률

카페에서 친구가 말한다.

"요즘 주식은 무조건 오른다" - 작년 수익률 40%인 친구다.

하지만 같은 기간 잃은 사람이 더 많다. 그들은 카페에서 자랑하지 않는다.

연애 상담도 비슷하다.

"썸은 무조건 밀당이야" - 성공한 사람의 조언이다.

하지만 밀당하다 연락 끊긴 사람이 더 많다. 그들은 조언하지 않는다.

게임의 규칙

포커 프로는 한 판에 일희일비하지 않는다. 천 판의 승률을 본다.

펀드 매니저는 하루 수익률에 흔들리지 않는다. 연간 수익률을 본다.

그런데 우리는?

친구 하나의 성공에 전략을 바꾸고, 삼촌 하나의 실패에 이론을 버린다.

확률적 사고

확률로 생각하면 질문이 달라진다.

"왜 나는 23%에 안 들었을까?"

"성공한 77%의 공통점은 뭘까?"

"내가 놓친 변수는 뭘까?"

이런 질문이 다음을 만든다. "나는 예외야"는 아무것도 만들지 못한다.

선택의 순간

"내 친구는 비트코인으로 10배 벌었는데?"

그래서?

그 친구가 만 명 중 한 명인지, 백 명 중 한 명인지도 모르면서?

인생은 단판이 아니다. 매일 선택이 쌓인다.

반례 하나에 흔들릴 건가. 확률을 볼 건가.

선택은 내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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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것이 새로운 권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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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엔 광장에서 목소리를 높이는 게 힘이었다. 지금은 아니다. 진짜 권력을 가진 자들은 소셜 미디어에 없다. 플랫폼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중 앞에 서는 건 이제 착취당할 준비가 됐다는 신호에 가깝다. 알고리즘의 먹잇감이 되거나 봇의 타겟이 되거나. 1980년대에 가죽 재킷을 입고 거리를 활보하는 게 반문화였다면, 2024년의 반문화는 다르다. 플랫폼에 착취당하지 않는 것.

동전 던지기 이코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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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이 코인을 산다. 옵션을 산다. 밈주식을 산다. 어른들은 무책임하다고 말한다. 투기꾼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숫자를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서울에서 집 한 채를 사려면 소득의 14배가 필요하다. 한 푼도 쓰지 않고 14년을 모아야 한다는 뜻이다. 뉴욕은 9.7배다. 1985년 이후 미국의 가구 소득은 252% 올랐다. 주택 가격은 403% 올랐다. 열심히 일하면 집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