템플릿 프롬프트 중독증

템플릿 프롬프트 중독증

ChatGPT가 등장한 후 가장 흥미로운 부업이 하나 생겼다. 프롬프트 템플릿 판매업. "마케터를 위한 157가지 프롬프트", "블로거 수익 10배 늘리는 프롬프트 모음집", "ChatGPT로 부업하는 프롬프트 대전집" 같은 상품들이 온라인 마켓에 넘쳐난다.

가격은 대부분 9,900원에서 29,900원 사이. 절묘하게 부담스럽지 않은 선에서 책정된다. 그리고 놀랍게도 잘 팔린다. 구매 후기를 보면 "유용해요!", "바로 써먹었어요!" 같은 댓글들이 줄을 선다.

그런데 이상하다. 이 모든 프롬프트는 무료로 구할 수 있다. 블로그에도 있고, 유튜브에도 있고, 레딧에도 있다. 심지어 ChatGPT에게 "마케팅 프롬프트 만들어줘"라고 물어보면 더 맞춤형으로 만들어준다.

무료로 구할 수 있는 걸 왜 돈 주고 살까?

답은 간단하다. 우리는 프롬프트를 사는 게 아니라 "프롬프트를 소유한다는 느낌"을 산다. 정확히는 "이제 나도 AI를 제대로 활용할 수 있을 것 같다"는 도파민을 구입하는 것이다.

경제학에서 말하는 효용(utility)은 실제로 얻는 만족이지만, 우리가 지불하는 건 대부분 "효용이 날 것 같은 기대감"이다. 프롬프트 템플릿을 다운받는 순간 느끼는 뿌듯함과, 실제로 그 프롬프트들을 써서 얻는 결과 사이에는 엄청난 격차가 있다.

마치 헬스장 등록과 비슷하다. 1월에 연간 회원권을 끊으며 느끼는 "올해는 정말 운동하겠다"는 다짐과, 3월쯤 홀로 남겨진 운동복의 현실 같은.

컬렉터의 함정

프롬프트 중독의 진짜 위험은 따로 있다. 계속 새로운 템플릿을 찾게 된다는 점이다. "이번 프롬프트는 뭔가 아쉬운데, 더 좋은 게 있을 거야"라는 생각으로 또 다른 템플릿을 구입한다.

결국 프롬프트 컬렉터가 된다. 폴더엔 수백 개의 프롬프트가 쌓여가지만 정작 써본 건 손에 꼽을 정도. "언젠가 쓸 일이 있겠지" 하며 쌓아두기만 한다.

정작 AI를 잘 쓰는 사람들은 복잡한 템플릿을 쓰지 않는다. 자신만의 간단한 패턴 몇 개만 갖고 있다. "~에 대해 초등학생도 이해할 수 있게 설명해줘", "~의 찬성과 반대 의견을 각각 3개씩 말해줘" 같은 단순한 것들.

AI는 복잡한 명령어보다 명확한 의도를 더 잘 이해한다. 157가지 화려한 프롬프트보다 자신이 정말 원하는 걸 정확히 물어보는 게 낫다.

진짜 해답

그래도 프롬프트 템플릿이 아예 쓸모없다는 건 아니다. 처음 AI를 써보는 사람에겐 좋은 출발점이 될 수 있다. 문제는 그걸로 끝이라고 생각하는 것이다.

결국 가장 좋은 프롬프트는 내가 만드는 프롬프트다. 남이 만든 템플릿은 남의 필요에 맞춰져 있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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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이지 않는 것이 새로운 권력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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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거엔 광장에서 목소리를 높이는 게 힘이었다. 지금은 아니다. 진짜 권력을 가진 자들은 소셜 미디어에 없다. 플랫폼을 소유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중 앞에 서는 건 이제 착취당할 준비가 됐다는 신호에 가깝다. 알고리즘의 먹잇감이 되거나 봇의 타겟이 되거나. 1980년대에 가죽 재킷을 입고 거리를 활보하는 게 반문화였다면, 2024년의 반문화는 다르다. 플랫폼에 착취당하지 않는 것.

동전 던지기 이코노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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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년들이 코인을 산다. 옵션을 산다. 밈주식을 산다. 어른들은 무책임하다고 말한다. 투기꾼이라고 말한다. 하지만 숫자를 보면 이야기가 달라진다. 서울에서 집 한 채를 사려면 소득의 14배가 필요하다. 한 푼도 쓰지 않고 14년을 모아야 한다는 뜻이다. 뉴욕은 9.7배다. 1985년 이후 미국의 가구 소득은 252% 올랐다. 주택 가격은 403% 올랐다. 열심히 일하면 집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