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틱질의 기술

"아 요즘 너무 바빠서 책도 못 읽어요"라며 뉴욕타임스 베스트셀러 리스트를 인용한다. 전형적인 비틱질이다. 그런데 생각해보면 우리 모두가 한다. 단지 들키느냐 안 들키느냐의 차이일 뿐.
비틱질의 본질은 '지위 신호(Status Signaling)'다. 동물행동학에서 가져온 개념이다. 공작새가 꼬리를 펼치듯, 인간도 자기 위치를 알린다. 다만 너무 화려하면 천적에게 잡아먹힌다. 그래서 적당히, 교묘하게.
네덕→비틱이라는 야민정음 유래가 상징적이다. 겉모습(네덕)과 속뜻(기만)이 다르다. 비틱질도 마찬가지다. 겸손한 포장 아래 자랑을 숨긴다.
문제는 모두가 비틱질 탐지기를 갖고 있다는 거다. "MIT 붙었는데 학비가 걱정"이라는 글을 보는 순간 센서가 작동한다. 진화론적으로 당연하다. 남의 지위 신호를 못 알아채면 도태되니까.
그래서 비틱질도 진화한다. 1세대는 단순했다. "우연히 됐어요." 2세대는 고민을 섞었다. "이게 맞나 모르겠어요." 3세대는 자조를 더했다. "운만 좋았던 거죠."
최신 트렌드는 '메타 비틱질'이다. "이거 비틱질로 보일까봐 걱정인데"라고 먼저 선수 친다. 자의식까지 자랑거리로 만든다.
사실 비틱질 자체는 문제가 아니다. 인정 욕구는 매슬로우도 인정한 기본 욕구다. 문제는 서툰 비틱질이다. 티가 나면 역효과다.
그럼 어떻게 해야 할까?
첫째, 타이밍이 중요하다. 남이 먼저 물어봤을 때 답하는 형식이 안전하다. "하버드 어떻게 붙었어요?"라는 질문에 답하면 자랑이 아니다.
둘째, 희생을 섞어라. "대학원 때문에 연애도 못하고"처럼 trade-off를 보여준다. 완벽한 성공은 미움받는다.
셋째, 유머를 활용하라. "로또 당첨됐는데 세금이 반이라니"처럼 자조적 농담은 날이 무뎌진다.
넷째, 맥락을 만들어라. 관련 주제가 나왔을 때 자연스럽게. 뜬금없는 자랑은 비틱질 확정이다.
다섯째, 분량을 지켜라. 한 문장이면 충분하다. 길어질수록 티가 난다.
어차피 모두가 하는 비틱질. 잘하는 사람과 못하는 사람의 차이는 기술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