괴물 물고기에서 찾은 만능약의 비밀

유튜브에서 "하루 한 알로 10kg 감량" 광고를 본 적 있을 것이다. 보통은 스크롤을 내리며 혀를 차겠지만, 이번엔 좀 다르다. 오젬픽(Ozempic) 같은 GLP-1 약물 이야기다.
이 약이 단순히 살을 빼는 게 아니라 심장병, 암, 편두통, 치매까지 막는다는 연구 결과가 쏟아지고 있다. 한 연구에선 100만 명의 당뇨 환자를 추적했는데, 이 약을 먹은 사람들이 거의 모든 질병에서 위험도가 낮아졌다.
"너무 좋아서 이상하다"는 게 과학자들의 반응이다.
깊은 바다에서 온 선물
이 약의 시작은 1970년대 괴물 같은 아귀 물고기다. 미국 연구진이 유전자 편집 실험을 하려는데 포유동물 사용이 금지되자, "못생긴 쓰레기 물고기"라며 아귀를 선택했다.
그런데 이 괴물에서 혈당을 조절하는 호르몬의 전신을 발견했다. 문제는 반감기가 너무 짧다는 것. 그래서 다음 주인공이 등장한다.
1990년대, 몇 달을 굶고도 버티는 독도마뱀의 침에서 더 오래 지속되는 비슷한 호르몬을 찾아냈다. 이게 현재 GLP-1 약물의 조상이다.
아귀와 독도마뱀. 자연이 인간에게 준 선물치고는 포장이 별로다.
만능 열쇠의 정체
이 약이 신기한 건 몸 곳곳에 GLP-1 수용체가 있다는 점이다. 마치 집 안 모든 방에 같은 열쇠로 열리는 문이 있는 것처럼.
췌장에서는 인슐린 분비를 늘리고, 위에서는 음식물 배출을 늦춘다. 심장 주변에서는 혈관 염증을 줄이고, 뇌에서는 도파민을 조절한다. 심지어 중독이나 우울증에도 효과가 있다.
한 연구자는 "염증을 줄이는 조절 분자"라고 표현했다. 몸 전체를 돌아다니며 "진정하세요, 덜 공격하세요"라고 속삭이는 불교 승려 같은 역할이라는 것이다.
숨겨진 뇌 이야기
가장 흥미로운 건 뇌에 미치는 영향이다. 단순히 배고픔을 줄이는 게 아니라 "음식 소음"을 없앤다고 한다. 하루 종일 뭘 먹을지, 언제 먹을지 고민하는 그 잡념들 말이다.
도파민 조절 효과도 있어서 중독성 행동을 줄인다. 술, 마약, 도박까지. 어떤 환자는 넷플릭스 보는 시간도 줄었다고 한다.
아직 메커니즘을 다 이해하지 못해서, 이 약을 만든 회사들도 자기 제품이 왜 이렇게 다양한 효과를 내는지 정확히 모른다. 증기기관을 만든 사람들이 열역학 법칙을 몰랐던 것처럼.
모두가 먹어야 할까
당연히 아니다. 아직은 부작용도 있고 가격도 비싸다. 많은 사람이 1년 안에 복용을 중단한다. 메스꺼움, 속쓰림 때문이거나, 주사 맞기가 귀찮아서.
하지만 10년 후엔 상황이 달라질 것 같다. 경구용 약물이 나오고, 특정 질환에 맞춘 버전들이 등장할 것이다. 치매 예방용, 심장 보호용, 항암용으로 세분화되면서 체중 감량은 부수 효과가 될지도 모른다.
그때가 되면 우리는 이렇게 말하게 될 것이다. "못생긴 아귀와 독도마뱀의 더러운 침에서 인류 최고의 약이 나왔다"고.
자연의 농담은 늘 이렇다. 가장 예상치 못한 곳에서 가장 소중한 것이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