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메라 금지 위스키바의 충격

"잠깐, 뭐라고요?"
바 입구. 직원이 내 핸드폰을 가리킨다.
"카메라 사용이 금지되어 있습니다."
"아니 그럼... 1000만원짜리 패피반윙클을 뭘로 찍어요?"
"찍지 않으셔도 됩니다."
혼란의 시작
바텐더가 23년산 패피반윙클을 따른다. 호박색 위스키가 크리스탈 글라스에 담긴다.
완벽한 조명. 완벽한 각도.
반사적으로 주머니를 더듬는다. 텅 비어있다.
"야 이거 빛 반사 좋은데"
"그러니까"
우리는 멍하니 1000만원을 바라봤다.
원시적 시음
"그럼 이제... 그냥 마셔?"
친구가 조심스럽게 잔을 든다.
"잠깐, 건배는?"
"그냥 하면 되지"
"그냥?"
카메라 없는 건배. 뭔가 이상했다.
실시간 당황
"야 이거 어떻게 기록해?"
"못해"
"1000만원인데?"
"그니까"
침묵이 흘렀다.
"메모라도 할까?"
"메모?"
"응"
"...초등학생이야?"
출구의 공허
두 시간 뒤. 바를 나왔다. 핸드폰을 돌려받았다.
"빨리 올려야지"
"뭘?"
"아... 맞다. 사진이 없네"
텅 빈 갤러리. 증거 없는 토요일 밤.
"그럼 뭐라고 올려?"
"글로?"
"글로 '패피반윙클 마심'? 이게 무슨 2009년이야?"
대안 모색
"이모티콘이라도?"
"위스키 마심 🥃?"
"싸이월드야?"
"영수증이라도..."
"누가 봐"
"가게 외관이라도..."
"지나가다 찍은 거잖아"
월요일
"주말에 뭐했어?"
"패피반윙클 마셨어. 23년"
"사진?"
"없어"
"그냥 집에 있었구나"
항변은 무의미했다.
"진짜야"
"그럼 왜 인스타에 없어?"
"카메라 금지였어"
"그런 바가 어딨어"
결론
친구가 말했다.
"다음엔 카메라 되는 데 가자"
"거기는 2000만원이래"
"찍을 수 있잖아"
"맞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