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PM이 믿고 있는 "빠르게 실패하라"는 거짓말
17년간 수십 조직과 일하며 깨달은 사실: 실패가 아닌 학습이 핵심이다
실패를 좋아하는 사람은 없다
"빠르게 실패하라(Fail Fast)"는 조언을 몇 번이나 들어봤는가? 실리콘밸리에서 시작된 이 격언은 이제 전 세계 프로덕트 매니저들의 신조가 되었다.
하지만 17년간 수십 개 조직과 일하면서 깨달은 사실이 있다. 아무도 실패를 원하지 않는다는 것이다.
시험에 떨어졌을 때, 면접에서 탈락했을 때, 프레젠테이션이 망쳤을 때를 떠올려보자. 그 순간이 즐거웠나? 절대 아니다. 실패는 쓰디쓴 맛이고, 우리 모두 그걸 안다.
그런데 비즈니스에서는 왜 실패를 빨리 하라고 말하는 걸까?
보수적 조직일수록 더욱 거부한다
독일에서 몇 년간 일하면서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했다. "빠르게 실패하라"고 말하면 회의실 분위기가 차가워진다. 하지만 같은 개념을 다르게 포장하면 상황이 완전히 달라진다.
"아이디어 X가 성공하려면 다음 리스크들을 줄여야 합니다:"
- 바람직성(Desirability): 고객이 정말 원하는지 어떻게 확인할까?
- 실행가능성(Viability): 비즈니스 가치를 어떻게 만들까?
- 기술적 실현가능성(Feasibility): 주어진 제약 안에서 어떻게 구현할까?
- 사용성(Usability): 사용자가 직관적으로 사용할 수 있을까?
이렇게 말하니 갑자기 모든 이해관계자들이 고개를 끄덕인다. 실험을 "리스크 감소 과정"으로 설명하면 보수적인 조직도 지지한다.
진짜 목표는 학습 가속화다
결국 "빠르게 실패하라"는 조언의 진짜 의도는 학습을 가속화하는 것이다. 하지만 '실패'라는 단어 때문에 메시지가 왜곡된다.
학습을 가속화하는 실제 방법은 다음과 같다:
1. 무지를 인정하라
모르는 것을 명확히 인정하는 것부터 시작한다. 예를 들어, 고객이 우리가 만들려는 것을 정말 원하는지 모른다. 추측할 수는 있지만 증거가 없다.
2. 가정을 나열하고 우선순위를 매겨라
핵심 가정들을 명시하고, 틀렸을 때 아이디어 전체가 무의미해지는 가정부터 검증한다.
3. 간단한 실험부터 시작하라
- 설문조사: 방향성 파악
- 인터뷰: 고객의 진짜 니즈 이해
- 자체 사용: 직접 써보며 문제점 발견
- 프로토타입: 사용성 테스트로 솔루션 검증
이런 접근법으로 아무도 원하지 않는 것을 만들 확률을 줄인다. 하지만 결과에 겸손해야 한다. 안 되는 아이디어는 과감히 버려야 한다.
언어의 힘: 같은 개념, 다른 반응
흥미롭게도 문화에 따라 같은 개념을 다르게 포장해야 한다:
- 독일: "리스크 감소"
- 다른 지역: "반복(iteration)"
- 스타트업: "실험"
핵심은 청중이 받아들일 수 있는 언어를 사용하는 것이다. 목표는 동일하다 - 불확실성을 줄이고 학습을 가속화하는 것.
실패를 말하면 문이 닫히고, 학습을 말하면 문이 열린다
17년의 경험이 가르쳐준 가장 중요한 교훈이다.
조직 문화가 보수적일수록 '실패'라는 단어만 들어도 방어적이 된다. 하지만 '학습'이나 '리스크 감소'로 프레이밍하면 같은 사람들이 적극적으로 지지한다.
결국 우리가 추구하는 것은 더 나은 제품을 만들기 위한 빠른 학습이다. 실패는 그 과정에서 나타나는 부산물일 뿐이다.
다음에 팀이나 조직에 실험을 제안할 때, "빠르게 실패하자"고 말하지 말고 "빠르게 학습하자"고 말해보자. 반응이 어떻게 달라지는지 놀라게 될 것이다.
David Pereira의 "Why Fail Fast Culture Doesn't Fly"를 번안한 글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