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커버그가 20억 달러를 쓴 이유
메타(Meta)가 마누스(Manus)를 샀다. 20억 달러를 주고. 마누스는 싱가포르의 AI 스타트업이다. 론칭한 지 9개월밖에 안 됐다. 3월에 나왔다. 12월에 팔렸다. 그 사이에 연간 반복 매출(ARR) 1억 2,500만 달러를 만들었다. B2C AI 제품 중 이렇게 빠르게 돈을 번 사례는 없다.
마누스는 AI 에이전트다. 챗봇이 아니다. 챗GPT(ChatGPT)가 대화형 어시스턴트라면, 마누스는 자율 실행 에이전트다. 챗GPT는 프롬프트에 단계별로 응답한다. 마누스는 작업을 기획하고, 도구를 가져다 쓰고, 최종 결과물을 완성한다. 리서치 리포트를 쓴다. 맞춤형 웹사이트를 만든다. 이력서를 스크리닝한다. 주식 포트폴리오를 분석한다. "일을 돕는" AI가 아니라 "일을 하는" AI다. 그게 차이다.
4월, 론칭 몇 주 만에 벤치마크(Benchmark)가 7,500만 달러를 리드했다. 포스트 밸류에이션 5억 달러. 벤치마크의 체탄 푸타군타가 이사회에 합류했다. 중국 투자자들도 이미 들어와 있었다. 텐센트(Tencent), 젠펀드(ZhenFund), 홍산 캐피탈(HongSan Capital, 구 세쿼이아 차이나)이 1,000만 달러를 넣었다. 빠른 판단이었다. 정확한 판단이었다.
12월, 마누스는 수백만 명의 유저를 확보했다. 월간, 연간 구독료로 ARR 1억 2,500만 달러를 찍었다. 메타가 협상을 시작한 건 이때였다. 마누스가 차기 펀딩 라운드에서 원하던 밸류에이션이 딱 20억 달러였다. 메타는 그대로 줬다. 5억에서 20억으로. 8개월 만에 4배다.
핵심: 마누스는 론칭 9개월 만에 ARR 1억 2,500만 달러를 달성한 유일한 B2C AI 제품이다. Revenue multiple 16배로 메타에 인수됐다.
저커버그가 산 건 기술이 아니다
저커버그는 AI에 메타의 미래를 걸었다. 600억 달러를 인프라에 쏟아붓고 있다. 투자자들은 신경질적이다. 데이터센터 건설에 쌓이는 빚더미를 못마땅해한다. 그런데 실제로 돈 버는 AI 제품은 없다. 메타 AI는 무료다. 페이스북(Facebook), 인스타그램(Instagram), 왓츠앱(WhatsApp)에 이미 들어가 있다. 편하다. 하지만 돈을 벌지 못한다.
마누스는 다르다. 매달, 매년, 구독료를 받는다. 사람들이 돈을 낸다. 기꺼이. 이게 저커버그가 필요했던 증거다. AI가 실제로 돈을 벌 수 있다는. 기술 데모가 아니라 작동하는 비즈니스 모델. 투자자가 아니라 고객이 돈을 내는 구조. 저커버그가 산 건 기술이 아니다. 돈 버는 법이다.
메타는 마누스를 독립적으로 운영하겠다고 했다. AI 에이전트를 페이스북, 인스타그램, 왓츠앱에 통합하겠다고 했다. 메타 AI 챗봇 옆에 마누스 에이전트가 앉는 그림이다. 합리적이다. 메타의 패밀리 앱은 매일 수십억 명이 쓴다. 배포 채널로는 세계 최고다.
데이터 해자와 M&A 전략
메타는 M&A를 잘한다. 2012년 인스타그램을 10억 달러에 샀다. 지금 인스타그램은 메타 전체 매출의 절반을 만든다. 메타의 연간 매출이 1,900억 달러에 가깝다. 인스타그램이 그 절반이면 950억 달러다. 10억 달러 투자가 95배 리턴을 낸 셈이다. 2014년 왓츠앱을 160억 달러에 샀다. 공격적으로 수익화하진 않았다. 하지만 월간 활성 사용자 30억 명 이상이다. 바클레이즈(Barclays)는 왓츠앱이 2026~2027년 메타의 주요 성장 동력이 될 거라고 본다.
저커버그는 숨은 보석을 찾는다. 그리고 제때 산다. 스케일 AI(Scale AI)에 150억 달러를 투자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알렉산더 왕(Alexandr Wang)을 "슈퍼인텔리전스" 팀 헤드로 데려왔다. 이 팀이 2026년 상반기 출시할 새 LLM "망고(Mango)"와 "아보카도(Avocado)"를 만들고 있다. 마누스도 이 전략의 일부다.
메타는 데이터 해자가 있다. 인스타그램만 해도 하루 1억 개 이상의 포스트가 올라온다. 보수적 추정이다. 인스타그램 월간 활성 사용자 30억 명이다. 페이스북과 똑같다. 페이스북의 DAU/MAU 비율이 70%에 가깝다는 걸 2023년 4분기 실적에서 공개했다. 인스타그램도 비슷하다고 보면 일간 활성 사용자 20억 명이다. 그 중 5%만 하루에 포스트 하나씩 올려도 1억 개다. 실제론 훨씬 많다. 여기에 댓글, 반응, 공유가 붙는다. 수천, 수만 개씩. 메타의 서버에 쌓이는 데이터는 비교불가다.
구글(Google, GOOG)도 데이터가 많다. 검색 비즈니스 덕분이다. 하지만 뉘앙스가 다르다. 댓글과 반응에 담긴 미묘한 맥락이 없다. 메타는 이게 있다. LLM 훈련에 쓸 "원료"로는 독보적이다. 이게 메타의 진짜 경쟁 우위다.
본질: 메타는 하루 수억 개의 포스트, 수십억 개의 반응과 댓글을 모은다. 이 데이터가 LLM 훈련의 비교불가 원료가 된다. AI 경쟁에서 이기는 이유다.
중국 이슈는 예상됐다
마누스의 창업자들은 중국인이다. 모회사 버터플라이 이펙트(Butterfly Effect)를 2022년 베이징에서 설립했다. 7월에 싱가포르로 옮겼다. 미국 규제를 피하기 위해서다. 텐센트 같은 중국 투자자들이 이미 들어와 있었다.
존 코닌(John Cornyn) 상원의원은 5월에 이미 벤치마크를 공격했다. 미국 자본이 중국 기업에 간다고. 코닌은 텍사스 공화당 소속이다. 상원 정보위원회 고위 멤버다. 중국 기술 경쟁에서 가장 목소리 큰 매파 중 하나다. 하지만 혼자가 아니다. 중국에 강경하게 나가는 건 의회에서 몇 안 되는 초당적 이슈다.
메타는 예상했다. 즉각 입장을 냈다. 블룸버그(Bloomberg)에 말했다. "거래 완료 후 마누스 AI에는 중국 소유 지분이 전혀 남지 않을 것이며, 마누스 AI는 중국에서의 서비스와 운영을 중단할 것입니다." 깔끔하게 선을 그었다. 중국 투자자들은 모두 바이아웃된다. 마누스는 싱가포르에서 계속 운영된다. 중국과는 끝이다.
AI 에이전트 시장이 뜬다
마누스는 AI 에이전트 시장의 첫 성공 사례다. 이 시장은 지금 막 뜨고 있다. 일부 리서치는 향후 몇 년간 연평균 50% 성장을 예상한다. AI 에이전트는 단순 챗봇과 다르다. 작업을 이해하고, 결정을 내리고, 여러 use case에서 작동한다. 범용성이 핵심이다.
챗GPT는 대화형 도움을 준다. 프롬프트에 단계별로 응답한다. 마누스는 작업을 기획한다. 도구를 가져다 쓴다. 최소한의 입력으로 작업을 완료한다. 리서치하고, 분석하고, 완성된 결과물을 내놓는다. 리포트부터 웹사이트까지. 텍스트 생성이 아니라 일 자체를 한다. 이게 positioning의 핵심이다.
독립적으로 봐도 마누스는 매력적이다. ARR 1억 2,500만 달러에 수백만 유저. 이미 검증됐다. 하지만 메타의 지원을 받으면 시너지가 생긴다. 메타의 데이터 feedstock. M&A 실행력. 배포 채널. 이걸 다 합치면 마누스는 훨씬 더 커질 수 있다.
밸류에이션은 싸다
메타는 지금 극단적으로 싸다. FY2026 예상 P/E가 21.7배다. 메타 역사적 평균보다 한참 낮다. FY2027~2028 EPS가 한 자릿수 성장만 해도 P/E는 20배 밑으로 떨어진다. 이 모든 긍정적 요소들을 감안하면 말이 안 되는 가격이다.
메타는 소셜미디어 1위다. 여전히. 이게 AI 해자를 쌓는 강력한 기반이다. 매일 수백만 개의 포스트와 댓글이 패밀리 앱에 올라온다. 이 "원료"는 타의추종을 불허한다. 여기에 마누스 같은 M&A까지 더해진다. 그런데 밸류에이션은 역사적 저점이다.
물론 리스크는 있다. 데이터 프라이버시 규제가 강해지고 있다. 100개 넘는 나라의 법을 100% 따르는 건 불가능하다. 몇십억 달러 벌금이 자주 나온다. 개별적으론 메타에게 크지 않다. 하지만 규제가 더 강해지면 타겟팅 광고 효율이 떨어질 수 있다. 메타 매출의 대부분은 디지털 광고에서 나온다. 이게 리스크다.
경쟁도 있다. 구글, 아마존(Amazon, AMZN)과 마케팅 예산을 놓고 싸운다. 구글은 오래된 라이벌이다. 아마존은 새로운 위협이다. 아마존의 디지털 광고 사업은 2025년 3분기 YoY 23.5% 성장했다. 3분기 연속 가속했다. 과소평가하면 안 된다.
결론
메타는 계속 살 만하다. 긍정적 요소가 리스크를 압도한다. 20억 달러에 마누스를 산 건 기술을 산 게 아니다. 돈 버는 법을 샀다. 실제 작동하는 비즈니스 모델을 샀다. 수백만 유저를 샀다. 증거를 샀다. AI가 진짜 돈을 벌 수 있다는.
AI 붐이 진짜 비즈니스 단계로 접어들고 있다. 데모와 밸류에이션 게임은 끝났다. 이제는 ARR이다. 유저 숫자다. 실제 매출이다. 마누스가 그걸 증명했다. 저커버그가 20억 달러로 그걸 샀다. 싸게 샀다.